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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 조각 모음] 블레이드앤소울 최고의 악당, 진서연의 이야기
  • 입력 2013-07-09 13:43:51


  • 블레이드앤소울에는 진서연, 천진권 등 주연들은 물론, 진소아나 당여월, 심지어 은광일까지 조연들도 모두 개성이 넘칩니다. 그리고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들은 캐릭터의 개성만큼이나 매력적이죠. 하지만 단순히 퀘스트만을 진행하면 이들의 이야기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블레이드앤소울 게임메카에서는 각 캐릭터의 시나리오 공백이나 추가 에피소드를 재구성하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블레이드앤소울 또 하나의 이야기' 그 첫 시간에는 블레이드앤소울을 대표하는 악당 캐릭터 진서연, 복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녀의 뒷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이야기' 진서연편 '복수귀'는 진서연이 과거부터 복수를 시작하기까지의 공백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 본 기사는 픽션이며 블레이드앤소울 공식 스토리와는 무관한 기자의 창작입니다.


    항상 꿈을 꾸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꿈 속에서 자신과 또 한 하나의 자신, 이렇게 두 명의 그림자를 보곤 했답니다. 소녀가 있는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입니다. 오직 두 명의 '소녀'만이 서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의상 꿈 속에서 왼쪽에 있는 소녀를 과거오른쪽에 있는 소녀를 미래라 칭해 보겠습니다. 시간은 시계 방향으로 흐르니까요.


    미래가 말했습니다

     

    우리 둘 다 살 수는 없다.”

     

    과거는 대답이 없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답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미래는 과거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않고 말을 이어갑니다.

     

    “… 그러니 진서연은 여기서 한번 죽는다.”

     

    미래의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소녀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꿈속에서라도 속죄해야 할 원죄가 소녀를 괴롭혔지만, 소녀의 과거는 여전히 묶여 있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만약에 꿈이 상상의 연장이라면, 그리고 희망의 거울이라면 그녀는 과거의 매듭을 풀어 미래에게 사과라도 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꿈속에서조차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앞을 상상할 상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꿈속에서조차 한마디 말을 못한 채 소녀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소녀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녀의 이름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았고 그녀 본인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기에 그녀는 주변에서 이가라고 불리곤 했습니다. 아마도 예전 이씨 집안에서 살았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그녀는 건족이었고 노비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두 가지 특징 중에 어느 쪽에 더 신경을 썼는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녀는 노비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무관심했습니다. 오로지 그날 먹을 식사의 반찬만이 그녀의 관심사였고 오늘 할 일과 내일 해야 할 일이 그녀의 전부였습니다.


    수동적이고 주체성 없는 삶이라고 누군가는 비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 역시 태어날 때부터 노비였으며,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자신의 생활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한 인간의 삶은 때론 어처구니 없이 바뀌곤 합니다. 그것도 가장 바라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죠. 삶에서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들은 결코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향으로 오지 않는 법입니다. 바로 그녀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탁기'에 의해 오염되면서 말이죠.


    탁기라는 것은 많은 이들의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 찬,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본다면 괴물이 되는 일종의 저주와 같습니다. 물론 고명한 이해 안에서도 그 개념은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 않지만요. 그리고 그 어떤 사람도 저주받아 괴물이 되어가는 노비를 거둬들이진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가' 소녀에게는 갑작스럽게 자유가 떨어졌습니다. ‘아침에 마음껏 잘 수 있는 자유’, ‘식사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자유’, ‘하고 싶은 행동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유’  등 수많은 자유가 갑작스럽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자유는 그녀에게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기만 했습니다.

     

    아침에 마음껏 잘 수 있는 자유는 아침과 저녁 언제든 안전하지 않은 환경을 주었습니다. 식사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자유는 식사를 스스로 구해야 하는 환경을 주었고, 하고 싶은 행동을 정하는 자유가 있다 한들 그녀는 하고 싶은 행동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가끔 하늘을 쳐다보며 신-별로 믿지도 않았지만-에게 묻곤 했습니다괴물이 되지 않을 자유는 없나요?’


    하늘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도 대답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유는 없다.’


    그녀는 필요하지도 않은 자유를 손에 넣었습니다. 괴물이 되지 않을 자유를 제외하고요. 그렇게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를 참아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이 인간임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그런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면서 말입니다. 그러던 중 계곡의 밑자락에서 운명이라고 말해도 좋을 어떤 여인과 만나게 됩니다.


     


    너는 누구냐?

     

    운명이라고 말해도 좋을 여인이 '이가'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소녀는 대답합니다.

     

    나는 자유로운 노비입니다.


    노비?


    나는 노비이고, 자유롭습니다. 나는 마음대로 잘 수 있고, 원하는 때에 먹을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유로운 것을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나는 행복한 노비입니다.”


    아이야, 자유라는 것은 오로지 가능성 앞에서만 유효하단다. 너는 네가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다고 하고 있구나. 그렇구나. 너는 노비였을 때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의 행복이지 사람의 행복은 아닌 것이다.


    ?”


    개처럼 주는 밥을 먹고 가리키는 곳을 향해 달리며 살아왔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너에게 알려주지 않는 고양이와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나는 사람입니다.”


    아니지, 사람다운 일을 아무것도 못 하는 너는 아직은 사람조차 되지 못해, 개의 행복을 꿈꾸는 고양이란다. 아이야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냐?


    당신은 나를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까?”


    네가 원한다면 나는 너의 모든 자유를 억압하는 자가 될 것이다. 너는 내가 먹으라는 것을 먹어야 하고, 내가 하라는 것을 해야 하며, 내가 자라는 곳에서 자야만 한다.”


    당신은 나의 주인이 되려 하십니까?”


    아니, 나는 궁극적으로 너를 자유롭게 들판에 풀어놓을 준비를 하는 사육사가 될 것이다. 나는 너의 미래에 단 하나의 자유를 약속해 주마.


    어떤 것이지요?”


    밤에 잠들 때 불안에 떨지 않을 자유, 아침에 일어나 손등과 발등부터 확인하지 않아도 될 자유, 나는 너에게 괴물이 되지 않을 자유를 줄 수 있다.


    정말입니까?”


    '이가' 소녀는 반색하며 물었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행복감과 기대감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래, 아마도 그것이 너와 나의 업인 거겠지.


    감사합니다. 주인님.


    나는 주인이 아니다. 나는, 너의 스승이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럼 나를 따라오너라.


    스승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해보아라.


    스승님의 이름은 무엇이지요?”

     

    '이가' 소녀가 묻자 운명의 여인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름이 없다. 내 이름이 증명하는 모든 것은 이미 이곳에서 버리고 가는구나, 내 모든 업은 너에게로 묶였으니 나를 그저 스승이라고 부르면 좋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이렇게 해서 '이가' 소녀와 이름을 버린 여인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이름을 버린 여인은 '이가' 소녀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해야 한다고 믿고 있던 대부분을 포기했습니다. 자신도 이유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배신당한 사람은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고 잔악해질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린다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압니다. 그녀도 사랑받은 만큼은 누군가를 사랑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이가 소녀를 사랑해주었습니다.

     

    기품 말씀이십니까?”


    그래, 네가 탁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 너는 더 이상 노비가 아닐 것이다. 너는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자고 싶을 때 자는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품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최소한 앞으로 네가 쓸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름이요?”


    그래, 너에게는 이름을 줄 것이다. 가장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하지만, 그렇게 행복한 시절도 길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있었느냐, 요망한 계집!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름을 버린 여인에게 득달같이 달려는 이는 바로 천진권이었습니다.

     

    감히 내 얼굴에 상처를 내고도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느냐!

     

    천진권은 어마어마한 분노를 내뿜으며 이름을 버린 여인을 공격했습니다.

     

    무신 천진권, 나는 이름을 버렸소! 당신도 그래야만 할 것이오!


    웃기는 소리 말거라 이 요망한 것, 귀천검은 어디에 버렸느냐!


    귀천검은 홍문파에 있소, 은원을 가져도 내가 당신에게 은원을 가져야 할 터, 나는 그대를 용서하기로 했소! 돌아가시오!


    용서? 웃기지 말거라, 그것은 오로지 강한 자의 특권이다, 너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천진권! 목적도 이유도 없이 패도를 행하다니, 끝내 타락했는가!


    죽여버리겠다! 죽은 후에 영혼이라도 떠돌며 고결한 척 나를 용서하거라, 넌 살아서는 나를 용서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

     

    그녀들의 소박한 삶은 천진권의 기습으로 완전히 깨젔습니다. 이름을 버린 여인은 가까스로 천진권에게서 도망쳤지만 그 와중 심한 내상을 입어 사경을 해매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소녀의 탁기를 압박하기 위한 무공 전수는 미뤄지게 되었고, 이미 커져 버린 탁기는 빠른 속도로 '이가' 소녀를 침범 했습니다. '이가' 소녀는 탁기에 의해 정신이 지배당하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결국, 이름을 버린 여인은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름을 버린 여인은 비월곡의 깊숙한 동굴에 들어갔습니다. 사방은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가 소녀의 얼굴만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버린 여인은 '이가' 소녀를 안고 어둠 속에서 소리 죽여 오열했습니다.

     

    우리 둘 다 살 수는 없다.


    그러니, 여기서 너에게 나를 주겠다. 내가 가장 주고 싶지 않았던 모든 것을 너에게 주려 한다.


    이가 소녀야, 너에게 내 이름을, 내 무공을, 그리고 내 인생을, 내 복수를 주겠노라, 내 이름은 진서연이다

     

    이름을 버린 여인, 아니 진서연은 한 단어 한 단어 쥐어짜듯이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진서연이다. 스승 비월을 잃어버리고도 복수를 버리고 너와 함께 평온을 찾으려 했던 멍청한 진서연이다


    그러니, 그 멍청하고 바보 같은 진서연은 이곳에서 한번 죽는다.


    네가, 진서연이 되어다오 이가 소녀여, 너에게는 스승의 이름 비월의 이름을 따 주고 싶었다. 하지만 죄가 없는 나도 너도 이 세계에 평화란 너무나 먼 곳의 과실이구나, 만약에 너에게 내가 소중하지 않다면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도 좋다. 하지만 내게 비월이 그러하듯 너에게도 이 내가 소중한 존재라면...

     

    진서연은 거기까지 말한 뒤 한번 끊고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너를 만나기 전에 내가 되어다오.


    너를 만나기 전에, 어떤 수단을 다해서라도 이 복수를 이루고야 말 것이라던 그 시절의 내가 되어다오, 너에게 내 분노를 줄 터이니, 내가 포기하려고 했던 것들을 너는 단 하나도 포기하지 말거라.

     

    진서연은 그렇게 악을 토하며 '이가' 소녀에게 자신의 무공을 모든 것을 전수했습니다.


    '이가' 소녀는 탁기에 오염되어 주화입마에 빠져 있었지만, 육신만 결박되어 있었을 뿐 정신은 멀쩡하게 진서연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동안 반박도 동정도 위로도 못한 채 진서연이 내뿜은 복수라는 맹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동굴에서 진서연이 죽고 '복수귀'가 태어났습니다.

     


     

    눈을 뜨자 그녀의 의식은 현실로 던져집니다. 이제 진서연은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홍문파를 습격하며 복수의 시작을 알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유란이 진서연에게 복수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라고 하자 진서연은 쓴웃음을 머금었습니다. 자신의 것이면서 자신의 것이 아닌 복수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까요.


    그녀는 자신이 진서연으로 태어난 그날을 떠올려봅니다. 그날 그녀 자신의 분노와 그녀의 것이 아닌 분노가 진서연이라는 이름 안에서 섞여 이제는 구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진서연의 분노는 오로지 진서연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복수에 미친 복수귀가 되었습니다.

     

    홍문의 저편으로, 진서연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글: 게임메카 박진욱 기자(리번, wall55@gamemeca.com)